인디애나폴리스 1박 2일 여행 Trip to Indianapolis

이번 주는 공식적으로 남편의 봄 방학이다. 하지만 남편은 여전히 기말 페이퍼를 쓰느라 정신없다. 지난 학기도 그렇고 방학 때마다 페이퍼 쓰느라 바쁜 남편. 다들 쉴 때 쉰 적이 없다. 진이 다 빠진 남편은 다음 학기부터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방학 전에 기말 페이퍼를 미리 해 놔야 겠다고 말한다(과연???ㅋㅋㅋ). 하지만 방학은 방학이니, 잠시 1박 2일로 가까운데 다녀오기로 했다.

결혼 후 거의 첫 여행과 다름없는 우리의 1박 2일 여행! 작년 여름에 캐나다에 갔다 오긴 했으나 그건 비자 때문에 간거라 구경도 못하고 캐나다만 찍고 바로 돌아왔기 때문에 여행이라고 할 순 없다. 구글맵을 키고 어딜 갈지 들여다 보니, 3시간 정도 거리에 갈만한 곳은 인디애나폴리스 뿐. 관광지로 많이 가는 곳은 아니지만 시카고와 가깝고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곳이라 미지를 개척(?)한다는 느낌으로 선택했다. 남편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각자 미국에서 잠시 살았던 적이 있던지라 왠만한 미국 유명한 도시는 다 갔기 때문에 딱히 여행 갈만한 곳도 사실 없긴 하다. 인디애나폴리스라., 어디 한 번 가볼까 라는 심정으로 떠나게 됐다.

언제나 그렇듯 집을 나서서 차를 타고 가는 순간은 무척이나 즐겁다. 사실 그때가 여행에서 가장 설레는 순간이기도 하다. 차에서 먹으려고 과자와 커피, 그리고 청포도를 싸서 남편과 야금야금 먹었다. 인디애나는 일리노이 동쪽에 있는 주(state)로 시카고와 달리 흑인들이 많이 거주하지 않는 백인 도시다. Welcome to Indiana 라고 적혀있는 사인을 지나니 옥수수 밭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인디애나폴리스까지 가는 내내 도로 양쪽은 옥수수 밭이 끝이 없이 펼쳐져 있다.

3시간 가량을 달려서 인디애나주의 주도인 인디애나폴리스에 도착했다. 남편은 인디애나폴리스 다운타운을 보더니 왜 이렇게 작냐며, 시골 같다고 놀리기 시작했다. 속으론 나도 ‘엇, 이게 뭐야. 이게 다야?’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여행 왔는데 뭐라하면 안될 것 같아서  “뭐 어때서. 미국 도시가 다 이렇지. 시카고 다운타운이 특이한 거야.” 라고 받아쳤다. 호텔로 향하는 내내 궁시렁 거리는 남편. 지칠 줄 모른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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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애나폴리스 다운타운

일단 호텔에 체크인을 했다. 하얏트 리젠시 인디애나폴리스에 묶을 예정이었는데, 관광지가 아니고 평일이었기 때문에 저렴하게 예약을 했었다. 인디애나폴리스를 놀리는 남편에게 “그래도 숙박비는 싸고 좋잖아~” 라고 했더니 “당연히 싸야지.”라고 또 한 번 비웃는 남편 ㅋㅋ 사실 인디애나폴리스 다운타운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뭐랄까, 침체되어 있고 조용하고 활기가 없는 느낌이었다. 다운타운 자체도 작지만, 몇 블럭만 더 바깥쪽으로 걸어가면 무너진 폐가와 같은 건물들이 있어서 도시가 쇠퇴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그러나 호텔은 바깥의 분위기와 달리 굉장히 모던하고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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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얏트 리젠시 인디애나폴리스 건물 내부의 모습

체크인 할 때 하얏트 회원이라고 좋은 뷰 방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기분 좋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건물 내부가 굉장히 컸다. 하얏트 호텔과 PNC라는 건물이 같이 붙어 있어서 그런 것 같앴다. 로비에 스타벅스와 서브웨이, 기프트샵까지 다 있었다. 운전하느라 조금 피곤했던 남편은 체크인하고 좀 쉬고, 나는 방을 이리저리 구경하며 커피도 내려 마시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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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밖으로 보면 인디애나폴리스 다운타운의 전경이 보인다

잠시 쉰 다음 다시 밖으로 나갔다. 그래도 왔으니 구경은 해야지! 인디애나주의 상징이자 인디애나폴리스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Soldies and Sailors monument’로 향했다(현충탑과 같은 곳). 숙소와는 굉장히 가까워 도보로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Soldies and Sailors monument’은 남북전쟁에서 희생당한 병사들을 기리기 위해 만든 탑으로, 사실 미국 곳곳에 ‘Soldies and Sailors monument’가 있지만 이곳 인디애나폴리스가 가장 크고 웅대한 탑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높이는 87m 정도인데, 인디애나폴리스 다운타운 중심에 솟아 있어 한 눈에 들어온다. 탑 내부에 들어가서 정상까지 오를 수 있었는데, 계단으로 갈 경우 총 331계단이고 엘리베이터로 한 번에 타고 올라가면 2달러를 내야 했다. 남편과 나는 계단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처음엔 별로 안 힘들겠지 했는데, 중간부터 헉헉 거리기 시작했다. 좀 힘들긴 했지만 금방 정상까지 오를 수 있었다. 아파트 20층 정도의 높이라고 하니, 귀찮으신 분들은 2달러 내고 엘리베이터 타길 추천한다. 안에 공기는 굉장히 탁해서 산소가 부족한게 아닌가라고 느껴질 정도로 탑 내부는 환기가 거의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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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dies and Sailors monu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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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에 참전 병사들 네임이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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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의 정상에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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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에서 보이는 인디애나폴리스의 풍경

공기가 좋지 않아서 남편과 나는 곧장 내려왔다. 탑 내부 1층에 있는 기념품샵에 가서 인디애나폴리스를 기념할만한 기념품을 샀다. 그리로 밖을 나와 City Market에 갔다. 인디애나폴리스의 유명한 마켓 중 하나인데, 구경도하고 저녁거리나 살까 하는 생각에 남편과 함께 걸어갔다. 그러나 이게 왠걸. 들어가보니 모든 가게의 문이 닫혀 있다. 자세히 보니 이곳의 가게들은 전부 오전부터 점심때까지 3-4시간 바짝 장사를 하고 하지 않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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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마켓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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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문이 닫혀있는 상점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사실 그 외 구경할 만한 장소가 없었다.;; 오랜만에 같이 호텔에서 쉬며 맛난거나 먹자 라는 생각으로 호텔에 돌아와 룸서비스를 시켰다. 스테이크가 먹고 싶다는 남편. 고기 먹으면 소화가 잘 안된다고 하면서 매 끼니마다 고기를 찾는다. ㅎㅎ스테이크와 피자, 그리고 키즈메뉴 미트볼 파스타를 시켰다. 남편과 맛있게 먹고 누워서 뉴스도 보고 닌텐도 게임도 하며 푹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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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나는 룸서비스

아침에 조식을 먹고 체크아웃을 한 다음 유명한 도넛 맛집을 찾아갔다. 다운타운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곳이었는데, 이름은 Long’s Bakery다. 가게 근처 스트릿을 둘러보면 차가 많이 주차되어 있는데, 다들 몇 상자씩 도넛을 사서 가고 있었다. 남편과 나도 도넛을 먹기 위해 들어갔다. 가게는 굉장히 허름해 보이는데, 손님들이 계속 들어온다. 도넛만 사서 금방금방 나가기 때문에 길게 줄을 서 있거나 하진 않지만 손님들이 계속 들어와 굉장히 장사가 잘되는 곳이라고 느껴졌다. 남편과 나도 이것저것 골라 담아 차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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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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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내부

시카고로 돌아가는 길에 도넛을 먹는데, 흠. 남편과 나의 입맛에는 그렇게 맛있지 않았다. 시나몬 도넛도 이케아에서 파는 시나몬 도넛이 더 맛있었다.;; 시카고까진 다시 또 세 시간을 달려야 했다. 집에 도착하니 오후가 됐고, 남편과 나는 은근 피곤한 느낌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렇게 짧은 1박 2일 여행은 끝났다. 인디애나폴리스는 전반적으로 추천할만한 여행지는 아닌 것 같다 ㅋㅋ 같은 백인 동네지만 위스콘신주의 매디슨에 갔을 때는 도시가 활기차고 사람들도 진보적인 느낌을 받았는데, 인디애나폴리스는 전반적으로 도시가 침체되어 있고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게 느껴졌다. 미국 중부 지역에서 다양성을 논하자면 역시 시카고가 최고인 것 같다. 여튼, 짧았지만 남편과 이렇게 오랜만에 콧바람을 쐬니 그래도 기분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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